
(사진 설명 : 지난 7일 숨진 국내 1호 마약견 '큐'.경찰청(c))
“장비가 아닌 생명체, 사람으로 치면 국가유공자입니다.”
국내 1호 마약탐지견으로 수많은 마약 수사 현장을 누비며 활약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큐(Q)’가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과 9년을 함께 한 영웅견의 조용한 퇴장은, 아직 우리 사회가 ‘국가봉사동물’에 어떤 예우를 해야 하는지 되묻게 한다.
경찰청은 11일, 큐가 지난 7일 자연사했으며 이날 오후 수목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고 밝혔다. 큐는 생의 마지막까지 놀던 라일락 나무 아래에 묻혔다. 검은색 수컷 리트리버 큐는 2010년 11월 20일 태어나 경찰견으로 선발됐다.
처음에는 공항 등에서 폭발물 탐지견으로 일했지만, 2012년 8월 국내 최초로 마약탐지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관세청 위탁교육을 받은 큐는 서울 서남부권에서 대규모 필로폰 유통 조직 검거에 기여하는 등 수많은 마약 사건 수사에 투입됐다.
하지만 경찰견에게도 시간은 예외가 아니었다. 큐는 6세, 사람 나이로 50세에 접어들 무렵 노화로 인해 은퇴했다. 2016년 1월, 서울경찰특공대를 마지막 임지로 떠나온 큐는 동료 경찰관인 김민철 경위의 품으로 분양됐다. 당시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분양된 큐는 부산 김해공항에서 폭발물 탐지팀장을 맡았던 김 경위와 가족이 되었다.
은퇴 후 큐의 삶은 한층 따뜻해졌다. 김 경위가 기르던 베이지색 리트리버 ‘포순이’와 가정을 이루며 ‘늦깎이 신혼생활’도 즐겼다. 하지만 포순이는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났고, 큐는 홀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큐는 노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민간 교육견 자격으로 어린이들과 소통하는 무료 봉사활동에 나서며 또 다른 방식의 ‘국가 봉사’를 이어갔다. 현장을 함께 다닌 김 경위는 “아이들이 큐를 무척 좋아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큐를 통해 마약 예방 교육 효과도 컸다”고 회상했다.
김 경위는 “경찰견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 생명체로서, 마땅한 예우를 받아야 한다”며 “은퇴한 경찰견, 탐지견 등 ‘국가봉사동물’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마약신문=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