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청정국’ 종말 현실화 된 한국, 이제는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가 ‘마약청정국’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랜 기간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이하였던 한국은 2014년 1만 명을 넘긴 이후, 2023년에는 2만 7천 명을 초과하며 10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범죄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안전이 급속도로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이자, 국가의 대응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현실이다.

신종 마약의 확산, 디지털 플랫폼을 타고 확장되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 생산과 유통은 급격히 늘고 있으며, 신종 마약의 등장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단순한 쾌락 추구에서 벗어나, 화학적 변형을 통해 환각 효과를 극대화한 펜타닐(Fentanyl), 까뜨(Khat), 크라톰(Kratom) 등은 사용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물질들이다. 특히, 이들은 SNS와 유튜브, 텔레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무기로 삼고 있다. 기존의 단속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유통 구조를 파악하고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젊은 세대와 미성년자, 가장 취약한 희생자들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 중 20대가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19세 미만 미성년자 사범 수가 단 1년 사이에 세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481명 → 1,477명). 이는 단순한 청소년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마약의 접근성이 높아진 사회, 교육과 가정의 경계가 무너진 디지털 환경, 그리고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현저히 낮아진 세태가 맞물린 결과다. 이로 인해 앞으로의 세대가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재범률 36.4%, 단순 처벌로는 막을 수 없다

전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이 36.4%에 달한다는 점은 단순히 법적 처벌만으로는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약은 단순한 불법 행위를 넘어서 하나의 질병으로 접근해야 하며,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는 통합적 국가 시스템이 절실하다. 현행 형사정책은 사후 처벌 중심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과 재활 중심의 접근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곧, 마약 사용자 개인만이 아닌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국가적 결단이 필요할 때

마약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일부 부유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에 파고든 구조적 문제이며, 침묵과 방관은 곧 공범과 다름없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사회가 합심하여 ‘마약과의 전쟁’을 다시 선언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 보건, 법률, 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청소년과 청년 세대를 위한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과 중독 치료 체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한때 자랑이었던 ‘마약청정국’의 지위는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회복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단순한 단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다 총체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적 대책만이 우리 사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작성자 unm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