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문제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사회적 공감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마약류 중독 진단 현황은 우리가 마약 문제를 단순히 ‘법적 단속’이나 ‘도덕적 타락’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성별과 연령에 따른 중독 양상의 뚜렷한 차이는, 지금이야말로 세밀한 통계에 기반한 ‘맞춤형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경고이다.
여성 중독자 수, 남성을 앞지르다
10세 미만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여성 중독자 수가 남성을 앞질렀다는 사실은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마약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제 여성 역시 중독 문제의 주요한 당사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중독자는 전 연령대에서 입원 치료 대상자가 외래 치료자보다 많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여성 특유의 생물학적·사회적 환경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단순히 남성과 동일한 기준으로 중독자를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20대는 마약 중독의 진입점
성별을 불문하고 마약 중독 진단자는 20대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다. 이는 첫 마약 경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 연령대의 중독은 개인의 미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특히 카나비노이드(대마류), 흥분제, 환각제와 같은 신종 마약류의 경우 대부분이 20~30대에서 진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 유튜브, SNS 등을 통한 접근성이 높은 젊은 세대가 마약 유혹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경고다. 학교와 지역사회, 온라인 공간에서의 예방 교육과 초기 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연령별 진단 패턴, 약물의 특성 따라 다르다
중독 진단자 수는 60대까지 나이가 많아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모든 약물이 동일한 양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진정제 및 수면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중독 진단 비율이 증가한다. 고령층의 불면증, 만성통증, 정신질환에 대한 자가 치료 수단으로 이러한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코카인 중독의 경우 전체 중독자 수는 적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단받은 경우가 1/3 이상이라는 점에서, 일상적인 의료 시스템 내부에서 중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기관 유형도 다르고, 접근도 다르다
각 마약류에 따라 진단받는 의료기관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다. 아편유사제는 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정제 및 수면제나 다중약물사용은 종합병원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코카인이나 흥분제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병원이나 의원에서도 진단 사례가 확인된다. 이는 곧, 의료기관이 단순히 진단을 넘어 중독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치료로 연결하는 ‘중간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맞춤형 중독 대응’이 시급하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마약 중독자를 하나의 ‘통계적 군’으로 간주하고, 일률적인 처벌 혹은 치료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성별과 연령, 사용하는 약물, 내원하는 의료기관까지 모든 요인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 기존의 대응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마약 중독은 단순히 불법 약물 문제를 넘어,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 사회적 고립, 의료체계의 미비점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제 성별·연령·약물 종류별로 구체화된 통계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청소년 대상 교육 강화, 여성 중독자 전담 치료 시스템, 고령층 대상 약물 오남용 모니터링 체계 등이 그 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계 속 숫자를 넘어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을 보는 시선이다. 이 시선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대응만이 마약 중독이라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