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지금 조용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로 마약과의 전쟁이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기존의 무기, 즉 전통적인 수사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 마약 범죄는 디지털화·국제화·은밀화되고 있으며, 점조직과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수사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에서 마약류 범죄에 대한 ‘위장수사’ 도입 논의는 시의적절하며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다. 지난 6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범죄 위장수사 도입’ 학술세미나는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해법을 종합하는 자리가 되었다. 백혜련, 한지아 의원이 주도한 이번 논의는 단순한 입법 추진을 넘어, 제도 도입의 실효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학문적·실무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약 수사는 일반 범죄와 달리 ‘암수 범죄’의 성격이 강하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가해자 간의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사 기관이 정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위장수사는 결정적인 해법이 된다. 수사관이 마약 공급자나 유통망에 직접 침투해 핵심 공급선을 파악하고 검거하는 수사 기법은, 단순 투약자가 아닌 범죄 구조 전체를 무너뜨리는 데 실효적이다.
이미 미국, 영국, 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위장수사를 마약 범죄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미나에서 소개된 DEA(미국 마약단속국)의 사례는, 체계적이고 법적 통제 아래 위장수사가 어떻게 마약 조직을 무력화시키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물론 위장수사는 통제되지 않으면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 이에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3개의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은 기존의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제도를 토대로, 법원의 사전 허가, 수사 기간 제한, 사후 보고 체계 등 견고한 법적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류부곤 교수(경찰대학)는 발표에서 이 법안들이 한국 수사 현실에 맞는 합리적 수정 방향을 고민하고 있음을 지적했고, 다양한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의견을 보태면서 제도의 정착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무소불위의 수사권’을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제한적 권한을 투명하고 엄격하게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마약이 국민 건강과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라는 점에서, 이 같은 수단의 법제화는 정당하며 오히려 더는 늦출 수 없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위장수사 법안들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고, 조속히 입법화되어야 한다. 단속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실효적 수단을 갖춘 국가가 되어야만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한국형 위장수사’라는 전략을 손에 넣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전략을 실행에 옮길 정치적 용기와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안전과 사회의 건강을 위한 싸움에서,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